흑백으로 촬영한 검은 조각상의 어깨와 목 부분, 매끈한 표면 위로 빛이 길게 흐른다

[ACADEMIC]

개화 Blossoming

Year
2026
Category
photography
Context
기초촬영
Role
Concept, Photography, Editing
Medium
digital photography, black and white
Dimensions
9 frames

개화는 풀이나 나무의 꽃이 핀다는 뜻이면서, 사람의 지혜가 열려 새로운 것을 갖게 된다는 뜻도 함께 지닌다. 두 뜻을 한 화면에 겹쳐 두고 싶었다. 그래서 늘 곁에 있어 눈길이 가지 않던 정물들 — 포도 한 송이, 화분의 줄기, 의자의 등받이, 비닐봉지에 담긴 사과 — 을 평소에 보지 않던 각도와 거리에서 다시 보았다.

같은 정물이라도 보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조각상을 여러 방향에서 찍으며, 하나의 대상 안에 여러 얼굴이 있다는 사실이 곧 내 안의 여러 자아와 겹친다고 느꼈다. 정물에 나를 빗대어 촬영한 이유다.

에드워드 웨스턴과 F64 그룹의 작업에서 출발했다. 조리개를 조일수록 콘트라스트가 높아지고 재질감이 강조된다는 원리를 따라, 두 번째 촬영 회차에서는 카메라가 허용하는 가장 작은 조리개인 f/40까지 조여 장노출로 찍었다. 첫 회차는 f/3.5에서 f/5 사이의 얕은 심도로, 초점이 닿은 한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흐리게 밀어냈다. 선명함과 흐림을 같은 시리즈 안에 나란히 두어, 하나의 대상이 어떻게 다르게 읽히는지 보이려 했다.

흑백으로 촬영한 것은 명암과 조명을 전면에 세우기 위해서다. 색이 빠지면 형태와 질감, 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개화의 두 번째 뜻 — 무언가가 새로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 — 에 가장 가까운 상태라고 생각했다.

검은 조각상의 가슴과 어깨를 정면에서 근접 촬영한 흑백 사진, 갈라진 면을 따라 반사광이 맺혀 있다
조각상 — 갈라진 면
역광 속 포도송이를 아래에서 올려다본 흑백 사진, 알알이 검게 가라앉고 줄기만 밝게 남았다
포도 — 역광
창을 등진 금전수의 잎과 줄기가 검은 실루엣으로 겹쳐 선 흑백 사진
금전수 — 실루엣
장미를 두껍게 그린 유화를 배경으로 흰 거베라 한 송이가 유리병에 꽂혀 있는 흑백 사진
거베라와 유화
등나무 의자 등받이의 겹친 곡선을 근접 촬영한 흑백 사진, 결의 홈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등나무 의자 — 곡선
구겨진 비닐봉지 안에 담긴 사과를 촬영한 흑백 사진, 비닐의 주름이 빛을 흐트러뜨린다
비닐 속 사과
줄무늬 천 위 검은 철망 받침에 반으로 자른 사과가 단면을 위로 올려둔 흑백 사진
반으로 자른 사과
가느다란 철사 오브제가 만든 곡선 사이로 새 모양 장식이 고개를 든 흑백 사진, 앞쪽 꽃이 흐리게 놓여 있다
철사와 새